솔직히 저는 최근까지 AI 관련 주식들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정말 지속 가능한 상승일까?'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공포)를 제대로 경험했거든요. 제가 S&P500 지수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었지만, 개별 AI 종목들의 수익률을 보면 솔직히 배가 아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2000년 닷컴버블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도 인터넷 기업들이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78% 폭락이라는 참사를 겪었으니까요.

1990년대 닷컴 광풍과 2024년 AI 열풍의 공통점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버블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역사적 패턴을 분석하면 일정한 징후가 보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인터넷 대중화는 지금의 AI 혁명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인터넷 접속을 위해 집 전화를 몇 시간씩 점유하는 것도 감수했고,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아마존, 펫츠닷컴 같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벤처캐피탈(VC) 투자금의 흐름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벤처 투자 자금이 급증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미래 수익보다는 '상장 차익'에만 집중했다는 뜻입니다(출처: 미국 벤처캐피탈협회). 펫츠닷컴은 상장 당일 주가가 30% 급등했고, 웹밴닷컴은 3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 대부분이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이 광풍을 부채질했습니다. 여기서 밴드왜건 효과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1990년대 말 "닷컴 주식 안 사면 바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재 AI 주식을 둘러싼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엔비디아 주가가 오를 때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하는 유혹을 받았으니까요.
당시 미디어의 역할도 컸습니다. 언론들은 닷컴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과장되게 보도하며 투자 열기를 부추겼습니다. 지금도 AI 관련 뉴스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ChatGPT 사용자 수가 몇억 명을 돌파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는 것과 비슷한 패턴입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나스닥 지수는 연평균 21%씩 상승했는데, 이는 1990년대 전반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시가총액도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무려 세 배로 증가했죠.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 속도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버블 붕괴의 전조와 제가 선택한 투자 방식
1999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불법 독점 기업으로 규정되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불법 독점이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당시 연방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체까지 명령했습니다. 비록 나중에 항소로 해체는 면했지만, 이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닷컴 기업의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영진의 역량 부족이었습니다. 펫츠닷컴의 경영진 대부분은 애완동물 산업 경험이 전무했고, 가든닷컴의 임원들은 원예 산업에 대한 직접 경험조차 없었습니다. 부닷컴은 웹사이트 개설 캠페인에만 4,200만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이는 조달한 1억 달러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었죠. 신제품 개발이나 유통망 구축 같은 본질적 투자는 뒷전이었습니다.
벤처 투자자들의 경험 부족도 한몫했습니다. 1990년대 초 투자 경험 5년 미만 VC 비중이 10%였던 것이 2000년에는 40%로 급증했습니다. 풋내기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실사(Due Diligence) 없이 투자한 결과, 부실 기업들의 주가만 부풀렸던 겁니다. 여기서 실사란 투자 전 기업의 재무 상태, 사업 모델, 경영진 역량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결국 2000년 3월부터 나스닥은 폭락하기 시작했고, 2002년 10월까지 78% 하락했습니다. 최소 484개의 닷컴 기업이 인수되거나 폐쇄되었죠. 하지만 아마존과 구글처럼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살아남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AI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S&P500 지수를 고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변동성 관리가 훨씬 어렵습니다. 지수 투자는 자연스럽게 종목 교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AI 기업들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시장의 인정을 받으면 지수 내 비중이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저는 높은 수익률보다 낮은 변동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전략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AI 버블 논란은 이미 1년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그때 주식을 팔았다면 지난 1년간의 상승장을 놓쳤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타이밍을 맞추기보다는 일정 비율을 담아가며 리밸런싱하는 전략이 유용하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닷컴버블 사례를 되짚어보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갈지, 아니면 AI가 정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제가 확신하는 건 한 가지입니다.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지키는 사람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