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입사 초에 퇴직연금이라는 단어만 듣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상사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면서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이 제 노후를 훨씬 든든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5년간 운용한 결과 32%의 수익률을 거뒀으니까요.
퇴직연금이 퇴직금과 다른 이유
많은 분들이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혼동하시는데,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입니다. 과거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내부에 돈을 쌓아두었다가 퇴사할 때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해서 계산하죠.
문제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이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는 겁니다. 실제로 매년 수천억 원의 퇴직금이 체불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회사가 망하면 근로자는 그동안 쌓인 퇴직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일이 벌어지는 거죠.
반면 퇴직연금은 회사가 외부 금융기관에 돈을 적립합니다. 근로자가 1년을 채우면 회사는 은행이나 증권사 계좌에 한 달치 월급을 넣어줍니다. 이렇게 계속 쌓이다가 퇴사할 때 금융기관에서 직접 받는 구조입니다. 회사가 도산해도 퇴직연금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금융기관이 망해도 퇴직연금은 별도 계정으로 분류되어 있어 안전합니다.
DC형과 DB형, 뭐가 다를까
퇴직연금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쌓인 돈을 누가 운용하느냐입니다.
DB는 Defined Benefit의 약자로, 확정급여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확정급여형이란 근로자가 받을 금액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퇴사할 때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받습니다. 회사가 금융기관에 쌓인 돈을 굴리고, 운용 수익도 손실도 모두 회사 몫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게 별로 없습니다.
DC는 Defined Contribution의 약자로, 확정기여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확정기여형이란 회사가 내는 금액은 정해져 있지만, 그 돈을 어떻게 불릴지는 근로자가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정해진 만큼만 입금하면 끝입니다. 그 이후 운용은 근로자 각자의 몫이죠.
저희 회사는 DC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제가 직접 굴릴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었습니다. 잘 굴리면 수익이 제 것이고, 못 굴리면 손해도 제 것이니까요. 결국 5년간 32%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같은 회사 동기는 원금 손실이 두려워 현금성 자산으로만 두고 있더군요.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IRP 계좌는 어떻게 활용할까
IRP는 Individual Retirement Plan의 약자로, 개인형 퇴직연금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개인형 퇴직연금이란 퇴직금을 받기 위한 계좌이자, 개인이 추가로 저축할 수 있는 계좌라는 의미입니다. 퇴직할 때 회사는 IRP 계좌로 퇴직금을 넣어줍니다. 이직을 하면 이전 회사의 DC 계좌에 있던 돈을 IRP로 옮겨서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IRP의 독특한 점은 개인 저축 기능입니다. 제 돈을 추가로 넣으면 연금저축과 똑같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간 최대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죠(출처: 국세청). 연금저축과 합쳐서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한도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A사에서 DB형으로 일하다 퇴사하면 IRP 계좌를 만들어 퇴직금을 받습니다. 그 후 B사로 이직해서 DC형으로 일하면 B사의 DC 계좌가 따로 생깁니다. 다시 C사로 이직하면 B사의 DC 계좌에 있던 돈을 IRP로 옮겨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IRP는 퇴직금을 받고 관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저는 IRP에 추가로 돈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젊고 다른 투자처가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IRP의 세제 혜택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퇴직연금 운용, 왜 중요한가
주식 투자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정작 자기 퇴직연금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를 떠받치는 연금 3층 구조의 한 축입니다. 수십 년간 쌓인 퇴직연금이 현금으로만 방치되어 있다면 물가상승률에 녹아내릴 겁니다.
제가 후임들에게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가르쳐줬는데, 대부분 어렵다며 활용하지 않더군요. 심지어 제 동기는 원금 손실이 걱정된다며 투자를 아예 안 했습니다. 저는 입사 초부터 DC형인지 DB형인지 물어보고, 운용 방법을 알려달라고 졸랐습니다. 덕분에 5년간 32%의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물론 저희 회사는 증권사 ETF를 직접 살 수 없고 특정 증권사의 펀드 상품만 살 수 있어서 불만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불평만 하지 않고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퇴직연금 납입금은 월급에 비례하기 때문에 최근으로 올수록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32%라는 수익률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도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미래에는 엄청난 격차가 벌어질 겁니다. 지금 당장은 작은 차이지만, 복리 효과로 수십 년 후에는 몇 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퇴직연금 계좌를 확인하고,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퇴직연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좌에는 돈이 쌓이고 있고, 그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노후가 달라집니다.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퇴직연금을 점검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