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한 번쯤 들어보셨나요? 연 10% 수익률이라는 말에 혹해서 청약 넣었다가 매일 주식창만 들여다보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코스피와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었는데, 다행히 수익을 내고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ELS의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2024년 홍콩 ELS 사태를 보면서 금융상품은 내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낙인배리어, ELS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숫자
ELS를 처음 접하면 조기상환 조건이나 수익률에만 눈이 갑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낙인배리어(Knock-In Barrier)입니다. 여기서 낙인배리어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저 방어선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낙인배리어가 50%라면, 세 개의 기초자산 중 단 하나라도 최초 가격 대비 50%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평가손실이 발생합니다. 제가 투자했던 상품은 낙인배리어가 52%였는데, 처음엔 '절반 이하로 떨어질 리 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코스피가 급락하던 시기에는 매일 아침 지수를 확인하는 게 스트레스였습니다.
더 무서운 건 낙인에 닿는 순간 그 자산의 하락률만큼 내 원금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만약 기초자산이 30%까지 떨어지면 투자금도 30%만 남게 되는 구조입니다. 2024년 기준 국내 ELS 발행 규모는 연간 100조 원을 넘어섭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몰리는 만큼, 손실이 발생할 때 그 여파도 엄청납니다.
조기상환, 빨리 끝나면 좋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조기상환(Early Redemption)은 ELS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조기상환이란 만기 전에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된 수익과 함께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를 말합니다. 보통 6개월마다 평가일이 있고, 그때 모든 기초자산이 조기상환배리어(Early Redemption Barrier) 이상이면 수익을 받고 끝납니다.
제가 가입했던 상품은 조기상환배리어가 92%였습니다. 처음 6개월째 평가일에 세 개 지수 모두 92% 이상이면 연 10% 중 절반인 5%를 받고 상환되는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제 경우엔 1년 만에 조기상환되어 10% 수익을 얻었지만, 그 1년 동안 지수가 90% 근처까지 떨어졌을 때는 정말 불안했습니다.
문제는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계속 연장되는 경우입니다. 6개월, 1년, 1년 6개월… 최장 3년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ELS 평균 만기 도달률은 약 40%에 달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즉, 절반 가까운 상품이 조기상환되지 못하고 만기까지 간다는 의미입니다.
조기상환을 못 해도 낙인만 안 닿으면 만기 때 약속된 수익을 받긴 합니다. 하지만 3년 동안 돈이 묶여 있다는 게 결코 작은 기회비용이 아닙니다.
손실위험, 수익은 10%인데 손실은 -100%까지
ELS의 가장 큰 함정은 수익과 손실의 비대칭성입니다. 연 10% 수익을 노리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최대 -100%까지 갈 수 있습니다. 주식은 '위로는 무한대, 아래로는 원금까지'라고 하는데, ELS는 정반대입니다.
2024년 홍콩 항셍지수 연계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항셍지수가 급락하면서 낙인배리어를 터치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었습니다. 당시 은행 창구에서는 노년층에게 '안전한 예금 대체 상품'처럼 설명하며 판매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저는 그 사건을 보면서 ELS는 절대 '안전한' 상품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연 10%라는 금리 자체가 그만큼의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수익률이 더 높지만, 변동성도 훨씬 커서 더 위험합니다.
ELS 투자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낙인배리어가 얼마나 낮게 설정되어 있는가
- 기초자산의 과거 변동성은 어느 정도인가
- 조기상환배리어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인가
중도상환을 하려고 해도 이미 평가손실이 큰 상태라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너무 적습니다. 게다가 중도상환 수수료로 5~10%를 또 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절 의미밖에 없습니다.

결국 ELS는 내기와 비슷합니다. 기초자산이 낙인배리어 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베팅이죠. 그 베팅에서 이기면 도파민이 터지지만, 잃으면 복구 불가능한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으면 아예 안 하는 게 최선입니다. 투자는 내 판단으로 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니, 남이 좋다고 해서 섣불리 따라가지 마시길 바랍니다.